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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심리학적 해석 (첫사랑, 후회, 기억)

by yuiing 2025. 12. 31.

건축학개론

영화 '건축학개론'은 2012년에 개봉했습니다.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사랑에 대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낸 작품입니다. 수많은 관객들이 감성적인 영화로 꼽은 이 영화는, 당시 20대에서 30대를 중심으로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건축학개론'은 아련한 첫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인간이 왜 첫사랑을 오래 기억하는지, 우리는 왜 후회하게 되는지, 그리고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를 인간적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건축학개론'의 인물을 통해 첫사랑, 후회, 기억이 감정에 미치는 작용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보겠습니다.

건축학개론 심리학적 해석, 첫사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은 잊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리학에서 첫사랑은 '처음 경험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자아 형성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인간은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를 사랑했던 경험'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관계를 맺고,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외적인 부분을 형성합니다. '건축학개론'의 주인공인 승민은 소극적인 인물입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으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설입니다. 그러면서 여주인공인 서연이 보내는 수많은 호감 신호를 읽지 못합니다. 서연은 승민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있지만, 승민은 자신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워합니다. 이 모습은 '정서적 미숙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청소년기 또는 대학 초반의 첫사랑은 이런 형태가 많습니다. 감정은 명확한데,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사랑은 신경 생물학적으로 강하게 각인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가 나이가 들 수록 노화하기 때문입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이 편도체와 해마의 연결이 특히 활성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느끼는 감정과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승민이 훗날에도 서연과의 시간을 잊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관객이 영화 속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후회의 정체

후회는 인간이 가진 가장 복합적인 감정 중 하나입니다. 후회란 그때 그러지 말 걸 그랬다는 아쉬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심리학적으로 후회는 '과거의 결정과 현재의 자아 사이의 간극에서 생기는 심리적 충돌'입니다. 즉, 미해결 된 감정에 대해서 회고하는 것입니다. 첫사랑을 기억할 때 후회하는 이유는 사랑이 처음이기 때문에 실수가 많고, 그 실수가 트라우마처럼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픈 공감을 주는 것은 이러한 후회의 감정을 관객 각자에게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첫사랑은 완성되지 못한 감정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학개론' 영화 속 주인공의 관계는 '첫사랑이자 미완성'으로 기억되며, 아련함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성인이 된 승민은 당시의 감정을 잊은 듯 살고 있었지만, 서연이 집을 건축해 달라고 의뢰하며 다시 나타나자 과거의 감정이 떠오릅니다. 그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기억, 말하지 못한 감정, 마주치지 못한 과거의 자신과 다시 마주해야만 합니다. 심리학에서 이러한 감정을 '미해결 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자기감정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가면, 그것은 곧 후회로 남게 됩니다. 승민의 후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이고, 두 번째는 서연과의 관계를 자신의 불안으로 끊어낸 것에 대한 후회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영화 중반 이후 승민이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화를 냅니다. 승민은 그때보다 성장했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감정 상태를 '가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조건부 사고는 후회를 강화시키고, 자기 비난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후회는 단지 아픔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승민은 서연의 집을 결국 완성함으로써, 미완의 감정을 '건축'이라는 형태로 완성합니다. 이는 후회의 감정이 정화되는 과정, 즉 '심리적 치유와 자기 수용'의 상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억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고들 말하지만, 감정이 포함된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더 선명합니다. 기억은 감정을 지속시킵니다. 심리학에서도 감정은 기억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특히 첫사랑과 같이 강한 정서를 동반한 기억은 장기기억으로 분류되어 저장되며, 일상 속 특정 자극을 통해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이 다시 만나는 공간은 바로 '예전의 그 집', 즉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물리적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심리학적으로 '단서 회상'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오래된 책상, 건축 도면, 집의 구조 등은 그 자체로 '감정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영화 속 음악, 바닷가, 항아리 묘사 등은 모두 '정서적 단서'로 작용합니다. 관객도 이 장면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감정의 재경험을 유도합니다. 기억은 때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승민과 서연은 서로를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고, 자신이 당시에 한 말, 표정, 행동에 대해 서로 상반된 해석을 합니다. 이처럼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 가공한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는 그런 기억의 본질을 솔직하게 그려냅니다. '기억은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을 보존한다.'라는 대사는 '건축학개론'의 메시지와 서사를 표현합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추억'과 그 안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