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레미제라블'은 과거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을 다룬 시대극이자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각기 다른 환경과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와 철학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 존재의 본질, 도덕적 선택, 제도와 인간성의 충돌, 회복 가능성 등을 고찰하여 감동적인 이야기와 함께 철학적인 고민을 유도합니다. 특히 장발장, 자베르, 코제트라는 세 인물을 통해 우리는 구원, 법, 희망이라는 세 가지 개념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인물 각각의 삶의 궤적과 내면의 철학을 분석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레미제라블 인물별 철학, 장발장
장발장은 '레미제라블'의 중심인물입니다. 그의 삶의 변화는 인간 존재의 회복 가능성과 도덕적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단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한 뒤,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형무소에서 받은 번호 '24601'은 그가 사회에서 더 이상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임을 상징합니다. 그는 감옥에서 나와 성당에서 하룻밤 묵지만, 은그릇을 훔쳐 달아납니다. 이때 주교 미리엘의 자비와 용서는 그를 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날 기회를 부여합니다. 주교는 훔친 은그릇을 용서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은촛대를 건네며, '당신은 더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실존적 비약, 즉 절망에서 존재로의 전환을 떠올리게 합니다. 장발장은 이 구원의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후 마들렌 시장이라는 가명의 신분으로 살아가며, 타인을 위한 삶을 실천합니다. 그는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병든 이들을 돌보며, 진심 어린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그는 선행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도덕적으로 실현해 갑니다. 장발장은 더 이상 법과 사회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이 점에서 그는 칸트의 도덕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칸트는 도덕적 행동은 외부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도덕 법칙을 자율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발장이 코제트를 양육하고, 코제트와 마리우스와의 사랑을 지켜보며 뒷걸음치는 과정은 철저한 자기희생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그는 과거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전합니다. 그는 '인간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늘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이 인물을 통해 관객들은 과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어떤 삶이 진정으로 '의로운 삶'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자베르
자베르는 장발장과 정반대의 철학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법과 질서를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며, 그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는 인물입니다. 즉, 그는 절대 법치주의자입니다. 자베르는 사회 최하층으로 태어나 자랐지만, 법을 따르고 체제에 순응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는 인물입니다. 즉, 법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그의 생존 전략이자 존재 이유인 셈입니다. 그는 장발장을 끝까지 추적하며, 자신이 믿는 정의의 실현을 위해 흔들림 없이 행동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장발장이 보여주는 인간적 선택, 자비와 선함, 희생은 자베르의 신념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특히 장발장이 마리우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장면, 그리고 자베르 자신을 놓아주는 장면에서 그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는 악이라고 규정한 자가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이 충돌하고 붕괴되자, 그는 깊은 고민을 합니다. 자베르의 철학은 토마스 홉스나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절대적 규칙과 체계에 기반한 이상주의적 법치주의입니다. 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법과 제도만으로 규정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행동은 감정, 상황, 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법은 그 복잡한 삶의 일부만을 다룰 수 있을 뿐입니다. 자베르는 이 현실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과 인간성 사이의 충돌에서 무너져 내립니다. 스스로 믿어왔던 법의 절대성과 선악의 명확성이 무너지자, 그는 더 이상 삶을 지속할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그는 장발장에게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자베르의 이야기는 우리가 신념을 가질 때 그것이 얼마나 유연하고 인간적인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때때로 정의는 법이 아닌, 연민과 이해, 용서 속에 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코제트
코제트는 영화의 후반부를 이끄는 인물이지만, 그 존재는 처음부터 철학적 상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는 상처 속에서도 희망을 이어가는 존재입니다. 코제트의 어린 시절은 어머니 판틴이 겪은 고난과 착취의 결과물입니다. 그녀는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맡겨져 학대받으며 자라납니다. 하지만 장발장이라는 보호자 덕분에 그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은 환경의 변화가 인간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루소가 말한 '인간은 본래 선하며, 사회가 그를 타락시킨다'는 사상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코제트는 사회적 투쟁이나 철학적 논쟁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녀는 장발장이 새로운 삶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며, 그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코제트를 향한 보호 본능은 장발장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인간애이자, 죄와 벌의 논리를 넘어선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녀는 수동적 인물이지만, 영화의 핵심 동력이 되는 감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마리우스와의 사랑 역시 고통과 파괴 속에서도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마리우스를 간호하고 곁을 지키는 과정에서 그녀는 상처 입은 시대 속에서도 온기를 유지하는 인간 본성을 보여줍니다. 코제트의 존재는 회복과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또한 미래 세대를 상징합니다. 그녀를 통해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제시합니다. 희망은 혁명이나 투쟁이 아니라, 사랑과 연대, 관계 속에서 자라난다는 점에서 그녀는 이 작품의 철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