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수천 년에 걸쳐 켜켜이 쌓인 고대 로마 문명, 가톨릭 문화, 예술 유산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바티칸, 콜로세움, 역사라는 세 축은 로마 여행의 핵심적인 관광 요소이다. 이곳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감정으로 걷느냐에 따라 로마는 '시간과 예술을 동시에 여행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이 글에서는 로마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바티칸이 품은 예술적 깊이, 콜로세움의 상징성, 로마 골목과 광장을 따라 걷는 역사를 설명한다.
로마 여행, 바티칸
바티칸 시국은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국가이지만,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자 인류 예술의 중요한 장면들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여행자는 몸이 자연스럽게 숙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발아래를 가득 메운 대리석 문양, 하늘을 향해 솟은 기둥, 돔을 통해 내려오는 부드러운 자연광이 신성함과 인간 세계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성당 안쪽에서 마주치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고요하게 응축된 슬픔과 위로를 한 몸에 담고 있는 작품이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옷 주름과 표정, 핏줄, 구도, 성스러운 분위기 등은 로마 여행 중 가장 깊은 침묵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선사한다. 이어 바티칸 박물관과 시스티나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얽힌 화면이 머리 위에서 파도처럼 펼쳐지고, 색채와 구도는 단순한 종교화의 범주를 넘어 인간 존재와 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티칸에서의 시간은 '예술 감상'이라는 말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농도가 짙으며, 로마 여행 중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바티칸 시국에 들어서는 순간 인류 최고의 예술과 신앙이 한 점에 응축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여행자는 로마 골목을 산책하며 고즈넉한 성당, 분주한 광장, 오래된 석조 건물들 사이에서 현재의 일상과 과거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음을 체감한다.
콜로세움
로마 여행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콜로세움 앞에 서 보는 것이 좋다. 콜로세움은 인간의 힘과 제국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걸으면 검투사와 황제의 시대가 눈앞에 되살아난다. 거대한 타원형 경기장은 멀리서만 보아도 압도적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돌기둥과 아치 구조 하나하나에 스며든 세월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균열이 간 벽, 침식된 돌, 곳곳에 남아 있는 구멍과 흔적은 단순한 노후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제국을 상징하던 공간이 겪어온 시간의 기록이다. 입구를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면, 관람석이 층층이 둘러싼 구조와 지하로 이어지는 복잡한 통로가 모습을 드러난다. 당시 로마 시민들은 계급에 따라 다른 위치에서 경기를 관람했고, 지하 공간에서는 검투사와 야생 동물, 무대 장치가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지하 공간에서 무대로 야생 동물을 보내는 수동 승강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오늘날에는 여행자들이 지하 공간을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여행자가 관람석 한쪽에 앉아 중앙 무대를 내려다보면 실제로 눈앞에 아무도 없는데도 어딘가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콜로세움은 로마 제국의 힘과 기술, 화려함과 잔혹함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뿐 아니라, 로마라는 도시의 근본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길에만 시선을 돌려도 오래된 석조 건물과 현대식 교통수단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자리하고, 언덕마다 성당의 돔과 고대 유적의 흔적이 하나의 풍경처럼 겹쳐 보인다. 특히 도심 가까이 다가갈수록 로마 특유의 색채가 선명해지는데, 붉은 지붕과 베이지색, 연황토색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색감은 다른 유럽 도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로마의 진짜 매력은 유명한 관광지를 벗어나 골목과 광장을 천천히 걸을 때 드러난다. 트라스테베레 같은 지역을 걸으면 빨래가 걸려 있는 창문, 벽돌이 불규칙하게 드러난 벽, 문 앞에 놓인 작은 화분들 속에서 로마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좁은 골목을 지나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광장에 나서면, 나보나 광장처럼 분수와 조각상이 어우러진 공간이 펼쳐지고, 주변의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여행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을 걸으면, 고대 로마 정치, 종교의 중심이었던 공간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허물어진 기둥과 벽만 남아 있어도, 당시 이곳에서 법과 정책이 논의되고 제국의 운명이 결정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팔라티노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로마 시내 전경은 현재의 도시와 고대 유적이 한 화면에 겹쳐 보이게 만들어, 이 도시가 '영원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를 몸으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에 판테온의 거대한 돔, 트레비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 스페인 광계단에 앉아 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로마 여행은 단순히 명소를 체크하는 일정이 아니라 한 도시의 시간과 일상을 천천히 수집하는 경험으로 바뀐다.
